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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PU·데이터센터 지원, 통제가 아닌 진짜 ‘지원’으로 바꾸자.
    카테고리 없음 2025. 7. 5. 12:24

    GPU·데이터센터 지원, 통제가 아닌 진짜 ‘지원’으로 바꾸자.

    이강훈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연구소 소장)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GPU·데이터 지원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방향이고, 현장의 연구자와 스타트업들에게도 큰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이 사업을 경험한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지원은커녕, 서류와 보고서 때문에 더 지친다.”


    나 역시 많은 연구자와 창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불만이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시스템의 본질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했다. 지금의 GPU·데이터 지원 사업은 그 이름과 달리 ‘지원’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에 가깝다. 그리고 이는 우리 국가가 AI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왜 지금의 시스템이 문제인가

    현재의 GPU·데이터 지원 사업에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첫째, 선정 과정이 너무 길고 폐쇄적이다. 심사위원단과 승인 기관을 거치느라 몇 달이 걸리고, 결국 ‘안전한’ 대상을 선택하려는 경향 때문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실험은 배제된다.


    둘째, 선정 후에는 중간·최종 보고서 작성과 감사 대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한다. GPU를 활용해 연구할 시간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셋째, 연구 도중 방향을 바꾸거나 실패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자원의 유연한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GPU와 데이터를 마음껏 쓰고, 실패해도 괜찮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몇 가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한다.

    심사 대신 등록제

    기본적인 신원 확인과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바로 GPU·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연구자는 장시간의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실험에 착수할 수 있고, 심사는 사후에 사용 이력과 간단한 리뷰를 통해 진행하면 된다.


    성과 대신 경험 기록

    중간·최종 보고서 대신 간단한 블로그나 사례 발표로 연구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면 된다. 이는 실패와 시행착오까지도 데이터로 남기고 다른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 지식의 순환과 학습 효과를 높인다.


    지원 방식의 다양화

    GPU 바우처, 시간제 이용권, 클라우드 크레딧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원을 유연하게 지급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각 연구자나 스타트업의 필요와 환경에 맞춰 자원을 선택할 수 있어 활용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민간과의 연계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계약해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쿠폰·크레딧을 받고 자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미 일부 사업에서는 민간 클라우드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성격이 강해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 운영 주체를 외부의 민간 비영리 기관이나 전문 컨소시엄에 맡겨 더 독립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면, 행정 절차를 최소화하면서도 품질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렇게 한다

    싱가포르 NSCC, 유럽의 EuroHPC, 미국의 CloudBank와 같은 사례는 등록형, 바우처형으로 운영하며, 성과를 강요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질임을 명확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짜 ‘지원’으로 바꿀 때다

    우리는 지금 AI와 로봇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다. 한국의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창의적으로 실험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GPU·데이터 지원 사업이 진짜 ‘지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보고서와 심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 한국의 AI와 로봇은 진정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7월 5일
    이강훈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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